'국민차' 폭스바겐이 작심하고 칼을 갈았다. 단순히 귀여운 도심형 전기차를 내놓는 게 아니다. 전설적인 해치백의 기동성에 SUV의 강인함을 더한 'ID. 크로스(ID. CROSS)'는 등장만으로 소형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과 볼보 EX30이 선점하려던 '가성비 전기차' 시장에, 폭스바겐이 222마력이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앞세워 선전포고를 날렸다. 남미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엔트리 EV 시장을 집어삼킬 이 녀석의 실체를 해부한다.
2026 Volkswagen ID. CROSS 전면부 / 출처=폭스바겐 뉴스룸
1. 디자인: 도심형 전기차의 '순둥이' 이미지를 벗다
대다수 소형 전기차가 공기역학을 위해 유선형의 매끈한 디자인을 택할 때, ID. 크로스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전장 4.29m의 콤팩트한 차체지만, 지상고를 214mm까지 끌어올려 정통 오프로더의 당당한 비율(Stance)을 완성했다. 이는 단순한 멋 부리기가 아니다.
차체 하단을 두툼하게 감싸는 플라스틱 클래딩과 근육질의 펜더는 이 차가 마트 장보기용을 넘어, 언제든 험로로 뛰어들 수 있는 '야성'을 품고 있음을 증명한다. ID.2all이 세련된 도시 남자라면, ID. 크로스는 흙먼지를 뒤집어쓴 모험가다. 도로 위에서 존재감 없이 묻히는 소형차의 숙명을 디자인 하나로 극복해냈다.
2026 Volkswagen ID. CROSS 전면부 / 출처=폭스바겐 뉴스룸
2. 인테리어: "터치 강요는 실수였다" 뼈저린 반성과 회귀
폭스바겐이 드디어 고집을 꺾었다. 그동안 미래지향적이라는 명분 하에 남발했던 '터치 슬라이더'를 과감히 버리고, 직관적인 물리 버튼을 부활시켰다. 이는 운전자의 본능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항복 선언이자, 동시에 가장 환영받을 변화다.
실내를 장악한 12.9인치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와 10.9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시원한 개방감을 주지만, 조작의 핵심은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을 유지한다. 캐스퍼 일렉트릭이 아기자기한 공간 활용에 집중했다면, ID. 크로스는 철저히 '운전의 몰입감'과 '조작 편의성'이라는 자동차의 본질에 집중했다. 화려한 기교보다 기본기가 주는 만족감이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25 Hyundai Casper Electric 측면부 / 출처=현대자동차 홈페이지
3. 파워트레인: 캐스퍼를 압도하는 '하극상'의 출력
이 차의 진짜 무기는 보닛 아래에 숨겨져 있다. 보급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 엔트리(Entry)'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최고 출력은 무려 222마력(166kW)에 달한다. 이는 경쟁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약 115마력)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소형 SUV 체급에 골프 GTI급의 심장을 이식한 셈이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엑셀을 밟는 순간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펀 카(Fun Car)'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전륜구동 싱글 모터임에도 불구하고, 7초 이내의 제로백(0-100km/h)이 예상된다. "전기차는 빠르지만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부수기에 충분한 스펙이다.
2026 Volkswagen ID. CROSS 디테일 / 출처=폭스바겐 뉴스룸
4. 배터리 및 효율: WLTP 450km, 실용성의 마지노선 사수
고출력을 뿜어내면서도 주행거리는 타협하지 않았다. 56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유럽 WLTP 기준 최대 450km 주행을 목표로 한다. 국내 인증 기준으로 환산하더라도 350~380km 수준의 주행거리가 예상된다.
이는 도심 출퇴근은 물론, 주말 교외 드라이빙까지 충전 스트레스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수치다. 경쟁 모델들이 배터리 용량을 줄여 가격을 낮추는 '원가 절감'에 혈안이 되어 있을 때, 폭스바겐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20분 내외로 10%에서 80%까지 충전 가능한 급속 충전 시스템은 이 차의 기동력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2025 Hyundai Casper Electric 실내 / 출처=현대자동차 홈페이지
5. 시장 전망: 남미를 넘어 글로벌 엔트리 시장 재편
ID. 크로스는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 시장을 1차 타깃으로 삼았지만, 그 파급력은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수요 정체(Chasm)로 인해 소비자들이 '비싼 전기차'에 지갑을 닫고 있는 지금, 3천만 원대(예상) 가격에 이 정도 퍼포먼스를 갖춘 모델은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다만, 국내 출시 시기와 가격 책정이 관건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국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현대차·기아가 독점하고 있는 소형 전기차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소비자에겐 즐거운 고민이, 경쟁사에겐 공포스러운 악몽이 시작되었다.
2025 Hyundai Casper Electric 후면부 / 출처=현대자동차 홈페이지
💡 카앤이슈 Insight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잃어버린 폭스바겐의 10년, '기본기'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다시 왕좌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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