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 출처=쉐보레 미디어센터
쉐보레 오너들에게 있어 '직영 서비스센터'는 고난도 정비의 최후 보루였다. 하지만 한국GM이 2026년까지 직영 정비 네트워크를 전면 폐쇄하고 협력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사형 선고'를 내렸다. 사측은 3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투자를 방패막이로 내세웠지만, 정작 알맹이인 '신차 배정'은 빠져있다. 이것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체질 개선인지, 아니면 한국 시장 철수를 위한 치밀한 '꼬리 자르기'인지 업계의 시선이 싸늘하다.
1. 직영 정비망 '완전 해체', 오너들의 안전판이 사라진다
한국GM이 쏘아 올린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마침내 서비스 영역까지 도달했다. 2일부터 전국 9개 직영 정비센터의 신규 접수가 중단되었으며, 2026년 2월 15일을 기점으로 직영 AS 시스템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측은 이를 380여 개 협력 업체로의 '전환'이라 포장하지만, 냉정히 말해 이는 고비용 구조인 직영망의 '완전한 해체'다. 직영 센터 소속 베테랑 정비 인력 450명은 생산 라인으로 강제 전환 배치된다. 협력 정비소는 접근성은 좋을지 몰라도, 엔진이나 미션 등 중대 결함 수리에서의 기술적 신뢰도는 직영을 따라갈 수 없다. 결국 비용 절감이라는 명분 아래, 브랜드 신뢰도의 핵심인 '사후 관리 퀄리티'를 스스로 훼손하는 자충수를 둔 셈이다.
2026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전면부 / 출처=쉐보레 미디어센터
2. 3억 달러 투자의 이면, '생명 연장'인가 '미래 투자'인가
철수설이 다시금 고개를 들자 한국GM은 급히 3억 달러(약 4,429억 원) 규모의 투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8년 이후까지 연간 50만 대 생산 능력을 유지하겠다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이 숫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이 자금이 혁신적인 신규 라인 증설이나 R&D 센터 건립이 아닌, 기존 시설의 '현상 유지'와 '보수'에 투입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당장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산소호흡기' 장착에 가깝다. 한국 공장이 북미 소형 SUV 수출 기지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장기적인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 단순 하청 생산 기지로 전락할지, 독자적 경쟁력을 가진 제조사로 남을지는 자본의 규모가 아니라 자본의 '성격'이 결정한다.
2026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측면부 / 출처=쉐보레 미디어센터
3. 신차 없는 공장은 '시한폭탄'이다
노조와 시장이 한국GM의 발표를 불신하는 결정적 이유는 '알맹이'가 빠져있어서다. 바로 '신차 및 전기차(EV) 생산 배정' 계획의 부재다. 자동차 공장에서 후속 모델 배정이 없다는 것은 시한부 판정과 다름없다. 현재 주력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수명 주기가 끝나면, 부평과 창원 공장은 가동을 멈춰야 한다. 글로벌 GM이 전동화로 급격히 핸들을 꺾는 와중에, 한국 공장에 전기차 생산 물량을 배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구체적 타임라인 없는 선언은 기만"이라는 노조의 반발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신차 로드맵이 없는 투자는 언제든 회수 가능한 '가변적 비용'에 불과하다는 시장의 냉철한 시각을 직시해야 한다.
2026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디테일 / 출처=쉐보레 미디어센터
4. 내수 점유율 1%의 굴욕, '수입 판매사'로의 체질 개선?
한국GM의 내수 점유율은 이미 1% 미만으로 추락하며 '마이너리그'로 전락했다. 뷰익(Buick)이나 GMC 브랜드 도입을 통한 멀티 브랜드 전략은 겉보기엔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국내 제조 기반을 허물고 '단순 수입 판매사'로 전환하려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국내 생산을 늘려 고용을 창출하고 부품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만든 차를 들여와 마진만 남기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직영 정비망까지 없앤다는 것은 "차는 팔겠지만, 골치 아픈 뒤처리는 남에게 맡기겠다"는 선언과 진배없다. 한국 소비자를 단순한 '테스트 베드'나 '현금인출기'로 보는 것이 아니라면, 서비스 인프라 축소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선택이다.
2026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실내 / 출처=쉐보레 미디어센터
5. 소비자의 신뢰는 '말'이 아닌 '시스템'에서 나온다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는 단순한 AS 불편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을 의심케 한다. 르노코리아나 KG모빌리티 등 경쟁사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서비스 네트워크를 재정비하며 고객 접점을 늘리는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서비스망 축소를 '경영 효율화'라 믿어줄 만큼 순진하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쉐보레의 글로벌 인기 차종들이 가진 상품성 자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차가 아무리 좋아도 고장 났을 때 믿고 맡길 곳이 없다면 그 가치는 증발한다. 한국GM이 진정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3억 달러라는 숫자 놀음 뒤에 숨지 말고,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AS 안전망'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마지노선이다.
2026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후면부 / 출처=쉐보레 미디어센터
💡 카앤이슈 Insight
"신차 배정 없는 공장 투자는 화려한 인테리어 공사 후 폐업하는 식당과 다를 바 없다."
카앤이슈 편집부
자동차 전문 뉴스 매거진 콘텐츠를 제작하는 카앤이슈 편집부입니다. 최신 자동차 트렌드와 심층적인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전달합니다.
contact@newsandissue.com
※ 본 콘텐츠는 작성 시점 기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제조사의 사정에 따라 실제 사양 및 혜택은 조건별 상이할 수 있습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