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전기차 업계의 큰 형님 '테슬라 모델 S'가 은퇴를 선언했다. 경쟁자가 사라진 이 기묘한 타이밍에, 테슬라 수석 엔지니어 출신이 작심하고 만든 '루시드 에어(Lucid Air)'가 링 위로 올라왔다. "기계적으로는 지구 최강이지만, 쓰기에는 너무 불편하다"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이 차. 과연 루시드는 1억 원이 넘는 몸값을 증명하고 새로운 왕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기술만 좋은 공대생'으로 남을까? 그 빛과 그림자를 해부한다.
Lucid Air 전측면 / 출처=Lucid 미디어센터
1. "모델 S는 갔다"… 강제로 찾아온 기회
테슬라 모델 S의 단종 예고는 루시드에게 있어 '로또'나 다름없다. 그동안 루시드 에어는 "테슬라 짝퉁 아니냐"는 오해와 싸워야 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 미국 시장에서 최고급 전기 세단을 찾는 사람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벤츠 EQS, BMW i7, 그리고 루시드 에어뿐이다.
재미있는 건 루시드 에어를 만든 사람이 과거 모델 S를 개발했던 핵심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는 테슬라의 심플함은 가져오되, 벤츠급의 고급 소재를 둘러 '가장 이상적인 포스트 테슬라'를 만들어냈다. 경쟁자가 스스로 물러난 지금, 루시드는 무주공산이 된 시장을 접수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Lucid Air 전면부 / 출처=Lucid 미디어센터
2. 900V의 마법, 독일차를 바보로 만든 기술력
루시드가 가장 잘하는 건 '공간 마법'이다. 밖에서 보면 그저 날렵한 세단인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S클래스 수준의 광활한 실내 공간이 펼쳐진다. 모터와 배터리 같은 기계 부품을 아주 작게 만들어서 구석구석 숨겨둔 덕분이다.
여기에 '9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은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쉽게 말해 수도꼭지 수압이 2배 더 센 것과 같다. 남들이 충전소에서 30분 기다릴 때, 루시드는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이면 충분하다. 벤츠나 BMW가 기존 내연기관 차 뼈대를 재활용하며 헤맬 때, 루시드는 처음부터 '전기차만을 위한 완벽한 그릇'을 빚어냈다.
Lucid Air 측면부 / 출처=Lucid 미디어센터
3. "1,234마력?"… 도로 위의 미사일
고성능 모델인 '사파이어(Sapphire)'의 성능은 숫자를 의심하게 만든다. 1,234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1.9초. 이건 자동차라기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지대지 미사일'이다. 테슬라 중 가장 빠르다는 모델 S 플래드(2.1초)조차 백미러의 점으로 만들어버린다.
단순히 직선만 빠른 게 아니다. 육중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코너를 돌 때는 마치 날렵한 스포츠카처럼 움직인다. 바퀴마다 힘을 따로따로 조절해 주는 기술 덕분이다. 성능만 놓고 본다면, 루시드 에어는 현존하는 전기차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확실하다.
Lucid Air 디테일 / 출처=Lucid 미디어센터
4. "문이 안 열려…" 천재가 만들고 인턴이 마무리했나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이 차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하드웨어는 노벨상 감인데, 소프트웨어는 학부생 과제 수준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차는 3억 원짜리인데, 내비게이션은 툭하면 길을 잃고 화면은 멈춘다.
가장 황당한 건 스마트키 인식 오류다. 차 옆에 갔는데 문이 안 열려서 멍하니 서 있거나, 멀리 있는데 혼자 잠금이 풀리는 '보안 공백'이 발생하기도 한다. "달리는 건 우주 최강인데, 타는 과정이 스트레스"라는 오너들의 불만은 루시드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숙제다. 기계적 완성도에 취해 사용자의 사소한 불편함을 놓친 결과다.
Lucid Air 실내 / 출처=Lucid 미디어센터
5. "고장 나면 어쩔 건데?"… 화려함 뒤의 현실적 공포
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에 망설이는 이유는 성능이 아니다. 바로 '고장 났을 때의 대처'다. 테슬라는 그나마 10년 넘게 깔아놓은 서비스 센터라도 있지만, 신생 브랜드인 루시드의 서비스망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 본토에서조차 서비스 센터 예약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소리가 들린다. 한국 같은 수출 시장에서는 부품 하나 교체하려고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수리 난민' 신세가 될 수도 있다. 1억 원이 넘는 차를 사면서, 고장 나지 않기만을 기도해야 한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 너무 큰 도박이다. 사우디 국부펀드의 돈으로 회사는 망하지 않겠지만, 내 차를 고쳐줄 정비사가 내 집 근처에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Lucid Air 후면부 / 출처=Lucid 미디어센터
💡 카앤이슈 Insight
"테슬라가 '움직이는 스마트폰'을 만들 때, 루시드는 '가장 완벽한 자동차'를 만드는 데 집착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완벽한 기계보다, 당장 내 말을 잘 알아듣는 멍청하지 않은 차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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